- 이 글은 지난 5월 12일 우리 성우회(星友會)와 북경 중국 전략학회(戰略學會) 간의 토의에서 중국의 일방적 주장에 직접 comment 했던 사항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너무 어이없는 주장들이지만 중국 군부가 갖고 있는 한반도와 관련한 기본 인식과 생각의 편린(片鱗)을 짐작하는 데는 도움이 될 듯해서 정리를 해 본다. 진행은 먼저 중국 측에서 전(前) 한국 및 북한 주재 중국 국방무관 양시린 소장이 나름의 준비했던 글을 발표했고, 그의 발표가 모두 끝 난 후 총괄적으로 comment 했지만 여기서는 이해의 편이를 위해 그가 발표한 주제별 발표 요지에 필자의 comment를 통합 정리 했다. 4번 째 항 천안함 사태에 대해서는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에게 대답 한 것이다. -
1. 한 미 동맹관계
중국의 주장 : 오늘 한반도의 긴장이 북한 핵 때문인 것처럼 말하지만 주로 미국의 한반도를 장악하려는 ‘반도전략’을 구현하려 하는데서 발생하고 있다. 작년 SCM에서 확장억제 개념을 확대 적용하려 한 것도 그 때문이다.
[Comment] : 우리가 여기서 미국의 입장을 변명하거나 두둔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미국이 정말 그런 야심이 있다면 ‘연합사 해체’같은 것을 희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연합사 해체문제를 재검토 하자고 하고 있는데 미국이 소극적이고 반대하고 있어서 재검토 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SCM에서 ‘확장억제 개념을 적용하겠다.’고 한 것도 연합사 해체에 불안해하는 한국 국민을 달래려 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데 유의해야 한다.
2. 북한 핵 문제 중국의 주장 :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개발은 북한의 자위를 위한 것이며 위협에 대한 억제무기일 뿐이요 아직 완전하지도 않은 상태다. 북한 군대의 무기체계는 낙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일성은 ‘핵무기는 같은 동족인 한국에는 쓰지 말라.’는 말도 했다. 북한 핵 위협은 한국이 위협을 과장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리고 2007년 9월 19일 공동성명을 비롯해서 몇 차례 해결의 기회가 있었는데 실패하고 말았고 지금도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것은 주로 한국과 미국 일본이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려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오바마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억제 대상에서 북한을 제외’하니까 북한은 오히려 핵 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는가? 결국 북한 핵 해결에는 ‘6자회담’과 같은 ‘대화’외에는 길이 없다. 지난 5월 5일 후진타오-김정일 회담에서도 김정일은 ‘한반도 비핵화’에 긍정적이었는데 지금도 한국과 미국은 ‘천안함 사태’를 핑계로 대화를 위한 북한의 적극적 자세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
[Comment] : 북한 재래식 전력이 한국에 비해 열세하다고 보는 모양인데, 똑 같은 재래식 전력의 경우에는 ‘다소의 질적인 우세가 양적인 압도를 극복 할 수가 없다.’고 하는 것은 군사상의 공리다. 6.25 때 중국군도 숫자의 우세를 얼마나 잘 활용했느냐? 지금 한국군의 숫자는 북한 군대의 절반도 안 된다. 예비병력까지 포함하면 그 격차는 훨씬 더 커진다. 그리고 도대체 핵이라는 것이 어떤 무기냐? 단 한발이 치명적일 수 있는 정치무기 절대무기라고 하는 것이다. 열과 폭풍, 원자병도 무섭지만 전자파(EMP)만해도 히로시마급 한발이면 한반도 상의 휴대전화 같은 현대 전자장비들을 일시에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동족이라서 한국에는 안 쓴다? 중국 신화사 통신의 보도대로라면 자기 북한 주민도 무려 280만이나 굶겨 죽이면서 핵을 만들었다는 것 아닌가? 우리가 계산 해보니까 대략 1억 5천만 불이면 살릴 수 있었는데 1 발에 3-5억불 든다는 핵을 만들면서 그 엄청난 인명을 참혹하게도 굶겨서 죽인 사람들인 것이다. 2007년 9.19 공동성명 때도 북한 지도층들은 자기들끼리 ‘우리가 조국보위를 위해 수많은 인민을 굶겨죽여 가며 만든 핵입네다. 어떻게 포기 합네까?’하고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만약 북한의 핵이 기정사실이 되면 이번 천안함 사태 같은 북한의 다양한 군사도발은 더욱 빈번해지고 극렬해질 것이다. 그래도 한국의 효과적 대처는 어렵게 될 것이고 그리되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는 진작 물 건너가고 점차 한국의 경제와 사회가 견뎌 내지를 못할 것이다. 이처럼 북한 핵은 그 자체로서도 결정적 위협이지만, 바로 이런 차원에서 더욱 더 위협적이다. 결국 북한 핵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든 하지 않든 간에 한반도 남과 북의 군사력 균형을 결정적으로 붕괴시키고, 한국을 졸지에 전략적 피그미로 만들어 점차 적화(赤化)의 길로 끌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사실 무릇 통일은 평화적 군사적 어떤 형태의 통일이건 간에 궁극적으로 군사통합으로 매듭지어지기 마련인 것이다. 북한도 그래서 만들었다고 공언을 했다. 2006년 북한 핵실험 직후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이라는 김명철 조미평화 연구소 소장도 명확히 밝혔다. 우리 언론에서 ‘미국과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한 것’이니 뭐니- 중언부언(重言復言)하니까, ‘그게 아니고 김정일 장군의 꿈인 통일의 원동력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북한 핵이 중국에게는 그저 좀 귀찮은 세계 안보이슈의 하나일 뿐이겠지만 한국에는 이처럼 바로 죽고 사는 문제인 것이다. 더욱이 오늘 북한에 있어서의 핵은 김정일 체제 정통성의 방증(傍證)이자 권위의 상징이요, 북한이 먹고 사는 수단이자 대외 교섭력의 바탕이기도 하다. 그러니 북한이 과연 ‘대화’로 쉽게 핵을 포기 하겠는가도 의문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2006년 핵 실험까지 얼마나 많은 대화 곧 회담이 있었는가? 6.25 휴전회담을 해 본 미군 제독은 북한의 회담전술을 ‘살라미전술과 벼랑끝전술’ 두 마디로 요약 했는데 북한은 핵 회담에서도 그랬다. 특히 이때 북한은 핵 개발 그 자체를 협박 ‘카드’로 삼아 brinkmanship을 성공시키는 기막힌 수법을 썼다. 그래도 우리는 회담이 끝날 때마다 항상 대성공이라면서 많이도 퍼 주었고 북한은 그렇게 해서 먹고 살고, 또 핵 개발을 계속할 자원도 얻어 내곤 했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북한은 이렇게 회담, 바로 그 ‘대화’를 이용해 핵실험까지 손쉽게 질주 할 수 있었던 셈인 것이다. 지금도 ‘6자회담’만 강조하는데 ‘그것도 핵실험 시간벌기요 식량과 석유를 얻어내는 사기 수단’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유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중국 교수의 -이름은 말해 줄 수가 없지만- 말이 아닌가? 물론 6자회담 참가 5개국이 군사공격 못지않은 단호한 의지로 튼튼하게 공조한다면 핵 폐기도 불가능 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가만 보면 러시아는 사실상 큰 관심이 없고 일본은 관심은 많지만 별로 영향력이 없고, 한국도 영향력이 크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더욱이 햇볕 정책 10년 동안에는 북한 핵 폐기에 적극적이었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나라가 중국과 미국인데,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 한다는 것이 중국의 공식 입장인데도, 2007년 6월 북경 세계발전 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는 ‘북한 핵문제 해결은 정치적으로는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도 정치, 경제적 지원은 계속 할 것이다 한국도 그럴 것 아니냐?’ 아주 당연하다는 어투였다. 지난 2월 3일 워싱턴 미국외교정책분석연구소(IFPA)에서는 중국 대표단이 “UN의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북한을 사실상 핵 국가로 봐야 한다.”고까지 강변(强辯)했다. 2009년 6월 6일 중국 베이징 한반도전문가 정세 토론회에서는 ‘북한 핵은 중국에 위협이 아님은 물론 중국에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등 훨씬 더 극단적인 이야기도 많았다. 미국만은 그래도 북한 핵 폐기에 일관성 있게 노력해 온 편이다. 그러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없는 핵 폐기)를 강조하던 부시정부도 종국에는 ‘북한이 핵실험으로 만들어 낸 핵탄두를 이란에서 소형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란으로의 핵 확산 설까지 나도는 상황 하에서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해 주었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6자회담조차도 믿고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천안함 사태를 핑계 삼는다고 하지만 이번 천안함 피격사건은 평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 할 수 있는 기회다. 북한이 한반도 평화에 진지한 성의가 없다면 6자회담 아무리 해 봐야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겠는가? 그런 차원에서 6자회담과 천안함 사태가 무관 한 것이 아닌 것이다.
3. 남북관계
중국의 주장 : 지금 한반도 정세는 한마디로 ‘한국의 공격과 북한의 방어’로 표현 할 수 있다. ‘비핵 개방 3,000’을 강조하고 작계 5029니 부흥계획이니 북한을 흡수통일 하려는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그러면서 금강산 관광도 막고 있다. 오늘의 한반도 긴장상태는 한국 정부의 이런 정책 때문이다.
[Comment] : 북한도 ‘비핵 개방 3,000’ 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어차피 ‘비핵’이 아니면 평화가 무의미하고 ‘개방’이 안 되면 북한 경제의 연착륙이나 남과 북의 참된 협력도 불가능 하다. 비핵 개방이 그리 무리한 요구가 아닌 것이다. 한국 정부와 군의 여러 가지 작전 계획들을 문제 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당신네들은 그런 국가 계획이 없는가? 북한도 그보다 더 정교한 무력적화통일 계획을 발전시켜 놓고 있을 것이다. 6.25 때 이미 북한은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수장까지 미리 지명해서 내려 보내는 치밀한 계획을 발전 시켰었다. 오늘의 긴장관계도 작년 금강산에서 북한 병사가 우리 관광객을 총격 사망케 한 데서부터 시작 된 것이다. 북한은 총격을 한 병사를 포상(褒賞)하고 휴가까지 보내 주었다고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의무다. 그래서 먼저 그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처를 하고 보장을 해 달라는 것이다. 북한은 일개 기업체 사주인 현대 회장에게만 ‘안전’을 흘리듯이 말했을 뿐 지금도 우리 정부에 정식으로 ‘안전을 보장 한다’고 말해 주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관광객만 다시 보내라고 한다. 가능 한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4. 천안함 사태
천안함 사태에 관한 문제는 전략학회에서도 제기 되었지만 량광례(梁光列) 국방부장 면담 시에도 같은 사항이 논란이 되었다. 그는 ‘자체 폭발이나 좌초(坐礁)의 가능성도 있다고 하고, 2차대전과 6.25때 뿌려진 기뢰일 수도 있을 텐데 한국이 너무 어뢰 한 쪽으로만 밀고 간다.’고 불평을 하듯이 말했다. 그래서 답변을 좀 길게 했다. ‘한국도 처음에는 지금 부장이 이야기한 자체 폭발과 기뢰 등을 포함해서 있을 수 있는 모든 경우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분석을 했는데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체폭발이나 좌초의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명확하게 밝혀져서 제외시켰다. 기뢰 폭발일 가능성도 거의 없음이 밝혀지고 현재 남아있는 가장 유력한 원인이 어뢰라는 것이다. 한국의 진지한 과학적 조사는 후진타오 주석도 공감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중국은 지금 이런 측면을 배려 해야 한다. 만약 중국 군함이 조어도(釣魚島) 근처에서 일본 잠수함에게 격침되었다면 중국이 과연 가만있을 수 있겠느냐? 그리고 우리가 북한에 바로 보복을 했더라면 지금 상해 엑스포가 원만하게 진행 될 수 있었겠는가? 우리가 지극히 인내하며 냉철하게 대처한 덕분에 상해 엑스포가 원만하게 진행이 되고 있는 셈인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지금 아시아 유일의 UN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이자 핵 국가다. 세계가 중국에 그런 특별한 지위를 인정 해 준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역과 세계의 안정과 평화를 잘 유지 관리해 달라는 뜻이 있는 것이다. 중국은 그런 차원에서 좀 더 명확해야 한다. 량광례 부장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무슨 말인지 이해는 되지만 한 가지는 옳지 않다.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는 지금 매우 우호적이다.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대답했다. 가만 보면 중국 측은 우리로부터 ‘어떻게 하든 천안함 사태가 북한과는 무관 하다는 증언을 애타게 기대하고 있었던 듯하다.’ 어쨌든 그로서는 듣기 싫은 이야기였을 것이고 당연히 좋은 표정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총참모장 시절의 교만과 폭언과는 차이가 큰 태도였다고 한다.
5. 기타 사항
전 북한 주재 국방무관 엄강풍(嚴江楓) 전략학회 부위원장은 김정일 사후에도 북한은 김정일의 아들을 중심으로 오늘의 실세들이 원만한 집단지도체제를 유지 해 갈 것이고 ‘급변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 했다. 그러나 아무리 북한이라지만 이 정보화의 폭풍이 휘몰아치는 시대에 김정일의 아들이 또다시 후계자가 된다는 것 자체도 의문스럽고 집단지도체제가 쉬운 것 같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구소련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단지도체제가 잠시 나타났지만 3년 이상 의미 있는 체제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 원래 집단지도체제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그 구성원 상호간의 완벽한 권력균형과 깊은 상호신뢰, 충분한 이념의 일치가 있어야 한다. 중국과는 달리 수 십 년을 1인 독재체제하에 살아온 북한에서, 그런 의미 있는 집단지도체제의 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렇다면 곧 또 다른 피비린내 나는 권력 투쟁으로 이어지게 될 위험성이 높다. 그리되면 북한 급변사태가 현실화 될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고 물었더니 ‘북한은 러시아와는 다르다.’고 하면서도 별로 자신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것은 중국이 ‘필요하면 할 말은 한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를 넘어 제국주의적 대국의식을 느끼게 하는 것이 최근의 중국인데 그들에게 ‘대국으로서의 책임’은 매우 부담스러워 하고 중국의 ‘야심(野心)에 대한 우려’에는 제법 조심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더라는 것이다. ‘중국이 지금 G2로 불리고 있고 앞으로 더욱 발전 하겠지만 오늘의 미국처럼 더 큰 강대국이 되려면 그것을 세계가 축복하고 기대하게 해야지 우려하고 걱정하게 만들면 진정한 강대국이 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강대국이 힘만으로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했더니 중국 대표 자오커밍 상장은 ‘중국은 그런 야심도 도 없고 아직 능력도 안 된다.’고 극구 변명한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몇 년 전 일본 잡지를 통해 소개된 중국군 산하 연구소의 ‘대략 2023년이면 미국 국력을 100으로 했을 때 102 정도로 추월 할 수 있을 것이라던 발표’와 최근 중국 국방대학교 류밍푸 교수가 쓴 ‘중국이 가까운 미래 세계 1등 강국으로 성장 할 것이라는「중국의 꿈(中國夢)」’을 예로 들었더니 ‘일본 잡지는 믿을 것이 못되고 중국의 꿈은 출판금지 되었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아니 국민의 꿈을 길러주고 한 마음으로 노력하게 하는 것은 어느 국가에서나 있는 당연한 국가적 노력인데 출판금지가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중국 정부의 입장과 맞지 않기 때문이고 그런 차원에서 다시 보완하라는 뜻’이라고 대답했다. 중국의 국가 전략적 입장이 아직은 ‘유소작위(有所作爲)’보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최근 중국의 거의 오만하기까지 한 외교적 태도와는 차이가 있고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나름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긴 이제는 중국인들도 저들의 공식적인 태도와는 달리 개개인의 사고(思考)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예컨대 과거 한국 대표를 만날 때면 항상 큰 목소리와 몸짓 그리고 과장된 언행으로 은근히 불쾌감을 주던 슝쾅카이(熊光楷)도 첫날 만찬을 주재하면서 우리 노래 ‘도라지’도 부르면서 은근히 북한과의 전통적 우의를 강조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이번에는 태도가 많이 부드러웠다. 그것이 반드시 ‘일본에서는 통일된 한국은 중국과의 오랜 문화적 연원 때문에 중국으로 갈 것이라고 한반도 통일을 반대한다.’는 말이나 내가 건넨 의외의 선물(?)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긴 지난번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슝쾅카이와 량광례 국방부장등에게 「난사시집(蘭社詩集)」이라는 한시(漢詩) 시집(詩集) 한권씩을 선물했었다. 우리 가친(家親)을 포함해서 성균관 대학 이우성교수 조순 전 부총리 고병익 전 서울대학 총장 등 한문(漢文)에 조예가 깊은 우리 사회원로들의 한시 모임인 난사회(蘭社會)의 동인지(同人誌)인 셈인데 그 책을 받는 중국인들의 태도에서는 은근한 경이로움이 묻어 나왔다. 지난번에 주었던 자오커밍 상장은 나를 만나기 전에 그 책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고 이야기 하며 새삼 고마워했고 몇 몇 중국 친구들은 소문을 들었다며 전화로 부탁을 해 와서 별도로 보내 주기까지 했었다. 가만 보면 이른바 간자체를 쓰는 중국인들의 전통 한자에 대한 향수가 아직 만만치 않은 듯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이미 사라진, 아니 간자체 하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정해진 운(韻)을 기준’하는 정통(正統) 한시를 한국 사회에서 훌륭히 살아 있음을 본다는데 일종의 존경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과거 2002년 산동성 공자의 고향 취푸를 방문했을 때 그들이 우리 성균관의 석전대제(釋奠大祭)에서 공자에 대한 제례를 배워 왔다고 말하던 때와 비슷한 표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2009년 저들이 서울을 방문 했을 때도 토의 후 외국무관을 지냈다는 두 명의 장군이 조용히 다가와서 ‘내년(이번 방문을 의미)에 꼭 북경을 방문해서 우리 측에 같은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했었는데, 이번에도 전략학회 토의 후 화장실에서 단 둘이 남게 되자 중국 측 고위 대표가 뜻밖에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아주 좋은 이야기를 해 주어서 고맙다. 우리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역시 오찬 시의 발언은 다른 중국인들과 전혀 다름이 없었지만 말이다. 원래 중국 사람들 입은 여럿이라도 말은 하나로 나오는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점차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은 아닐 가 기대해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