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만에서의 기름 유출 문제가 오바마 정권의 발목을 잡는 새로운 악재로 등장한 듯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일이 영국의 석유기업인 BP 의 잘못이라고 하며 이를 기업에만 떠넘기고 초동 대응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기술이라는 것이 이런 기업 기술보다도 못하기 때문에 어쩌면 오바마는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한편으로는 오바마 정권에는 호재일수도 있습니다. 비록 욕은 먹지만, 오바마는 취임 전부터 '클린 에너지'를 강조해 왔고, 석유의 개발보다는 수소전지와 풍력 등을 이용해 화석연료를 대처하자는 입장을 강조해 왔는데, 이번 사고는 그의 평소 지론이 맞았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당장 미국의 관광지 중 하나인 멕시코만 일대가 기름으로 쑥밭이 됐다는 것입니다. 특히 천혜의 관광지인 플로리다나 해산물로 유명한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일대가 기름으로 덮여버렸다는 것, 그리고 그 오염을 제거하는 것이 거의 힘든데다가, 앞으로 허리케인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그 기름이 더욱 확산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고 이 때문에 피해지역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서 이 일대의 경제적 타격은 그 어느때보다도 심각합니다.
인간이 화석 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환경과 척을 져 온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닙니다만, 이번의 대 재앙은 과거 유조선이 좌초해 발생했던 알래스카의 엑슨 발데즈 호 사건보다도 그 규모면에서 상대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어서 이것을 과연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갈지 대책이 서질 않을 정도입니다. 우리도 서해안에 유조선 좌초 사건이 있었고 이로 인해 오염사고가 발생했었지요. 하지만 이번엔 해저 유전이 바닷속에서 그냥 '뚜껑이 열린' 것이나 다름 없으니 말로 못할 피해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섣불리 자연에 손을 대려 하는 인간의 욕심은 성경 창세기를 들먹이며 이를 합리화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많은 댓가를 치뤄가며 경제를 위해 올인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우리는 인간의 욕심, 그것도 현대 대기업의 욕심이 불러오는 사고와 이로 인한 재앙이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한 셈입니다. 문제는 오바마가 정치적으로 이를 해결하려 해도, 수습할 수 있는 선을 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인데, 앞으로 사건의 진전을 더 지켜보더라도 지금도 계속 뿜어져나오고 있는 원유 시추공을 막지 못하는 이상은 시간이 지날 수록 현정권엔 악재가 될 것 같습니다.
경제논리로 해결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자연을 그대로 두지 않고 괴롭힐 경우에 어떤 댓가를 치르는가를 이번 사건으로 확실하게 보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 모든 언론은 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뉴스들을 보면서 저는 자꾸 죽어가는 우리나라의 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발의 논리로 자연을 침해하려 들다가, 결국 일어나는 재앙은 누가 책임지겠다는 겁니까? 당장 우리나라도 장마철이 돌아오면 틀림없이 지금 강 개발 구간들에서 무슨 일인가 일어날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홍수가 갑작스레 늘어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한국의 천수답은 늘 홍수 피해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그 천수답은 여름의 집중호우를 담아놓을 수 있는 거대한 그릇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 논들을 없애고 아파트가 들어서니, 상습적으로 침수하는 지역은 그만큼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었죠. 그런데 이 물들이 적절히 흐르고 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해주도록 하는 것이 친환경적이겠거늘, 이것을 청계천 식으로 개발하려 하고, 경제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운하를 만들겠다고 연일 삽질을 하면, 우리의 환경은 어떻게 될 것이며 또 이로 인해 빚어질 재앙은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 것인지, 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 대자연을 해치는 섣부른 경제논리들. 효율과 이윤만을 내세운 신자유주의의 논리들은 세계 곳곳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지금, IT 사업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들과 친환경적인 농업 같은, 우리가 전략적으로 개발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삽 잡고 땅 파는' 일에 올인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국민 모두가 그 피해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 두려워집니다. 게다가 환경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우리 후손에게서 빌려 사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빚진 인생이어서 그 빚을 갚아나가야 하는데, 갚기는 고사하고 이자마저도 못 갚는 신세로 전락하게 될 우리 모두의 미래가 두렵습니다. 김제동씨가 시애틀에서 와서 그러더군요. "강은, 그냥 흐르게 놔 두십시오!"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말일 듯 합니다.
시애틀에서...